지하철 추행 대법원 무죄 — 자폐성 장애 피고인의 추행 고의 부인이 인정된 사건

성범죄 성폭력/강제추행
글쓴이 최재윤 변호사 2026-04-21 조회 5

지하철 추행 대법원 무죄 — 자폐성 장애 피고인의 추행 고의 부인이 인정된 사건

: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장애 특성에 기반한 행동을 고의로 단정할 수 없다.



안녕하세요. 성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최재윤 변호사입니다.


판결문을 읽는 눈이 다른 성범죄 전담 최재윤 변호사가 판결문을 분석해드립니다.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계시다면, 지금의 막막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게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상황에 놓여있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이라면, 그 무게는 또 다른 차원일 것입니다. 당사자 본인은 자신의 행동을 언어로 설명할 능력 자체가 제한적이고, 가족분들은 우리 아이의 행동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확신이 있어도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1월, 대법원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고인이 지하철 안에서 옆자리를 옮겨 앉은 행동에 대해 1심, 2심에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법원 2023도13081 판결을 통해 어떤 방어 전략이 결정적이었는지, 하나씩 분석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지하철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1년 6월 24일 밤 11시 15분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 안.

당시 19세였던 여성 피해자 옆에 한 남성이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두 사람의 팔이 맞닿은 상태에서 남성의 팔이 위아래로 움직였습니다.

피해자가 이를 피해 한 칸 옆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남성이 다시 피해자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같은 차량 맞은편에 앉아 있던 목격자는 남성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판단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여 지하철에서 내리는 피해자에게 전달하였고, 피해자는 이를 근거로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으로 고소했습니다.


고소된 남성은 2살 때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은 중증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IQ 45, 사회적응능력은 8세 6개월 수준인 이 남성은 약 10년 간 동일한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아왔고, 15년의 수영선수 활동, 8년의 수영 강사로 일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고인의 장애 사실을 인정하지만,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리 이동을 따라 움직였다는 점을 근거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이란?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 규정된 범죄로, 지하철∙버스 등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 바로 보러가기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한 5가지 이유


이유 1. 자리 이동이 빈자리 채워 앉기 강박행동일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았다.

원심에서 추행 고의를 인정한 핵심 근거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 자리를 이동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의 이동 패턴이 자폐성 장애의 전형적 특성인 강박행동(정해진 절차나 패턴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충동으로 인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과 정확히 겹친다는 것입니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처음 피해자로부터 두 칸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고, 사이에 앉아 있던 승객이 하차하자마자 바로 한 칸을 당겨 앉은 뒤, 피해자가 한 칸 옆으로 이동하자 다시 옆으로 이동해 앉았습니다. 이는 빈자리가 생기면 즉시 이동한다는 강박적 행동 패턴의 전형적 모습에 가깝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검사가 피고인의 장애 특성에 관한 반박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강박행동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추행 고의의 근거로 삼는 것은, 형사 증명책임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이유 2. 팔의 움직임이 상동행동일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았다.

피해자와 목격자는 피고인의 팔 움직임을 '피해자의 팔에 비볐다, 팔을 찌른다기보다 그냥 돌린다'라고 묘사했습니다.

자폐성 장애의 대표 증상인 상동행동(손 흔들기, 몸 흔들기, 특정 부위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행동 등 스스로를 자극하거나 안정시키기 위해 나타나는 반복적 신체 동작) 개인마다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검사는 비장애인에게 익숙한 특정 유형의 상동행동만을 기준으로 상동행동이 아니라고 접근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검사가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식에 관해 아무런 증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비장애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동행동이라고 해서 상동행동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 사건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유 3. 피고인 제출 증거로는 부족하다는 논증이 무죄추정 원칙과 충돌했다.

이 부분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으며, 피고인이 자신의 무고함을 스스로 증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으로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으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피고인에게 고의 없음을 입증할 책임을 지우는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제출한 경우에도 공소사실의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다. 그 증거로 인해 합리적 의심이 발생한다면 무죄를 선고해야지, 그 증거를 부족하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하는 방식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에 명백히 반한다.



헌법 제27조 제4항 :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해당 법령 바로 보러가기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피고인의 무죄추정) :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해당 법령 바로 보러가기



이유 4. 피의자신문조서 일부만으로 지적 상태를 단정할 수 없다.

원심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 답변을 근거로 피고인이 자기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근거를 따라가 보면, 이 방식에는 명확한 문제가 있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는 수사기관의 관점에서 문답을 요약, 정리한 문서에 불과합니다. 피고인의 표정, 태도, 진술의 뉘앙스, 그리고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과 같은 본질적 상태는 조서에 온전히 담길 수 없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지적장애의 정도처럼 조서만으로 평가하기 본질적으로 어려운 사항은, 전문가 감정, 의학적 진단, 장기 치료 기록에 대한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 조서 답변 중 일부 문장만 뽑아 '판단능력이 있다'고 결론짓는 방식은 공판중심주의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반한다.


공판중심주의란?
유죄, 무죄에 대한 판사의 판단은 반드시 법정에서의 심리를 통해 형성되어야 하며, 법정에서 직접 조사한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 즉, 판사가 수사기관이 작성해놓은 서류만 읽고 판단하지 말고 법정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이유 5. 피고인에게 유리한 객관적 정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무죄를 시사하는 여러 객관적 정황을 상세히 열거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 옆에 앉기 이전부터 이미 양팔 소매를 걷은 상태였습니다. 추행을 준비한 흔적이 없습니다.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 외에 피해자에게 어떤 말이나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승객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공개된 공간에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추행을 시도한다는 상황 설정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피고인의 지적 수준과 사회적응능력 수준에서, 팔이 맞닿은 상태가 상대방에게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15년 간의 수영 선수, 8년 간의 수영 강사 경력의 신체 접촉이 빈번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었음에도 성적 문제로 연루된 이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피고인의 오랜 생활 맥락 전체가 무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이 판결이 알려주는 방어 전략


전략 1. 전문가 감정 자료 및 진단 자료를 가장 먼저 확보하라

이 사건에서 약 10년간 동일한 정신과에서 꾸준히 진료 받은 기록, 심리평가보고서, 소견서, 사실확인서가 방어의 핵심 토대가 되었습니다.


실제 재판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기존 의료 기록과 장애 관련 행정 서류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기록이 충분하지 않다면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가에 대한 감정 신청을 즉시 준비해야 합니다.


전략 2. 장애 특성과 행위의 논리적 연결 구조를 만들어라

단순히 장애가 있으니 선처해 달라는 접근은 법정에서 힘을 갖지 못합니다. 정해진 절차에 대한 고집과 상동행동이라는 자폐성 장애의 핵심 특성이, 피고인의 두 가지 행동인 반복된 자리 이동, 반복된 팔 움직임을 각각 설명하는 구조로 변론이 설계되었습니다.


장애의 구체적 어떤 특성이, 문제가 된 행위의 어떤 측면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의학적∙심리학적 문헌과 임상 자료를 근거로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략 3. 검사의 증명책임을 단계마다 점검하라

피고인이 유리한 증거를 냈다는 이유로 이 정도로는 부족하니 유죄라는 결론이 내려져서는 안됩니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는지 각 쟁점마다 점검하고, 증명의 공백 지점을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 변론의 뼈대가 되어야 합니다.


전략 4. 피고인의 장기적 생활 맥락을 증거로 설계하라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20년 이상 수영 관련 활동을 해오는 동안 성적 문제로 연루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객관적 정황으로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평소 행동양식, 직업 환경, 가족관계, 지역사회 활동 등을 종합한 인격 증거는 특정 순간의 한 장면을 재해석하는 데 결정적 맥락을 제공합니다.


이 판결이 우리에게 남긴 것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확인한 원칙은 하나입니다.

장애인의 행동이 비장애인의 눈에 이례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그 행동이 곧 범죄의 고의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특별한 배려가 아닙니다.

헌법이 선언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본래부터 요구하는 당연한 기준입니다. 피고인이 스스로 무고함을 증명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지 못하면, 그 결론은 무죄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 원칙이 법정에서 실제로 관철되려면, 그냥 되지 않습니다.

장애 진단 기록, 전문가 소견서, 피고인의 평소 행동 양식, 생활 맥락 전반에 걸친 증거가 체계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첫 조사 전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성범죄 혐의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계시거나, 장애가 있는 가족이 이런 상황에 처해 계시다면,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정교한 전략입니다.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례와 조언 등은 너무 많지만 그 사례가 개개인의 세부 사건과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건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대응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혼자 고민만 하고 계시다면, 단편적인 정보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고,

지금 바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10년 이상 성범죄 사건을 전담한 저, 최재윤 변호사가 있는 로집사 성범죄 전담팀

의뢰인과 함께 수사 초기부터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 끝까지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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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과 관련된 자주 묻는 질문(FAQ)

Q. 대법원은 자폐성 장애 피고인의 지하철 추행 혐의를 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나?

A. 대법원은 피고인의 자리 이동이 빈자리 채워 앉기와 같은 강박행동일 가능성, 팔의 반복 움직임이 상동행동일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고 검사가 장애 특성에 관한 반박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원심이 피고인 제출 증거를 ‘불충분’하다며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명책임을 전환한 점, 피의자신문조서 일부만으로 지적 상태를 단정한 점, 그리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객관적 정황(추행 준비 흔적 부재, 공개된 공간에서의 이례성, 오랜 수영 활동에도 성적 문제 이력 없음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점을 들어 원심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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